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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기념관

화약의 기원

중국화약의 유렵 전파설

베이컨의 흑색화약의 발명과 관련된 초기의 자료에는 전설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확인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베이컨 이후에는 장기간에 걸쳐서 흑색화약에 관한 유럽의 자료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4세기 초에 신비의 인물로 알려진 독일의 슈바르츠 (Berthold Schwarz)가 베이컨의 기록을 판독함으로써 흑색화약의 역사가 다시 시작됐다. 일설에 따르면 로저 베이컨은 스스로 발명한 흑색화약의 화약적 이용 가능성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전쟁이나 살인과 같은 죄악의 수단으로 오용되는 사태를 몹시 걱정해 나중에라도 정의로운 목적에만 사용하는 훌륭한 과학자가 나타났을 때 이를 해독하도록 하기 위하여 제조법만은 글자 수수께끼로 나타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베이컨을 숭상하는 중세적 신화에 속하겠지만 화약의 사용과 관련해 한번쯤은 음미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영국 서남부 섬머세트샤이어(Summersetshire)주 일체스터(Ilchester chester)의 성메리(St. Mary) 교회의 벽면에는 그곳에서 태어난 베이컨을 기념하는 조촐한 현판이 있다. 이 현판은 베이컨이 세계 최초로 흑색화약의 조성을 발명했다며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그러나 흑색화약이 로저 베이컨에 의해서 사상 최초로 발명되었다는 주장에는 너무나 전설적인 요소가 많다. 더욱이 중국에서는 그가 흑색화약을 처음 제조했던 시기보다 수백 년 앞서 이미 전쟁용으로 흑색화약을 사용한 사실이 입증됐다. 그리고 중국에서 발명한 화약이 아랍 등을 경유해 유럽에 전파되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베이컨이 화약을 발명했다는 시기 이전에 아랍 등지에서는 화용병기를 실제로 사용한 기록도 거의 확실하게 전해지고 있다.

또 베이컨의 화약 발명 시기와 거의 같은 시대에 쓰인 몽고군의 서정시에서도 본격적인 화약병기를 유럽에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베이컨은 화약 기술에 관해 상당한 예비지식을 갖고 자신만의 독특한 실험을 통해 흑색화약을 재개발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베이컨이 아랍의 연금술사로부터 흑색화약의 제조법을 직접 배웠거나 스페인의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코리알(Escorial) 수도원의 도서 소장품에서 발견한 기록을 통해 흑색화약의 제조법을 터득했다는 설도 있다. 이런 주장은 베이컨의 경력으로 미루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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